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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심리검사 아카이브] 디지털 리터러시 확장과 능력검사의 다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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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 17

1. DT(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우리는 현재 디지털 정보와 기술이 나날이 범람하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T) 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사회 전면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여 전통적 사회 구조를 혁신시키는 것을 뜻한다. , 정보통신기술(ICT / :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빅데이터 솔루션)을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활용하여 전통적인 운영 방식과 서비스 등을 혁신하는 것이다. 여기서 필수 요소인 ICT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능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란 본래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에 대한 정보 이해 및 표현 능력으로 정의됐으나, ICT 발달에 따라 각종 기술 및 도구가 확산되면서 그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 되었다.

ICT의 급격한 발전은 조직의 업무 효율화에 크게 기여했고, 기업들이 디지털 리터러시를 주목하도록 만들었다. 기업이 디지털 리터러시를 함양한 인재를 선호함에 따라 해당 역량을 지원자가 지니고 있는지를 채용 과정에서 평가할 수 있는 검사의 수요가 증가하는 등 채용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디지털 리터러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장되어 왔으며, 기존의 능력검사와 다른 새로운 검사의 수요로 이어진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우선 우리의 업무환경이 과거로부터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2. 업무환경과 주요 변인의 변천

 

한 세기 이전 업무환경은 제2차 산업혁명 직후였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에 작용하는 독립변인은 물리적 조건일 것이라는 고전적 관점의 가설이 지배적이었다. 일례로 1924년부터 진행됐던 호손 연구(Hawthorne Study)는 이 가설을 토대로 진행된 연구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설이 기각됐고, 유의미한 변인은 물리적 조건(예컨대 공장 내 조명의 강도)이 아닌 노동자의 동기(Motivation), 즉 심리사회적 변인임이 밝혀졌다. 이는 당대 연구자들의 관점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고, 이때부터 심리사회적 변인을 다루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물리적 조건은 여전히 주요 변인이다. 다만, 업무환경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과거와 같은지를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물리적 조건, 심리사회적 변인 외에도 ICT가 한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다루는 많은 소프트웨어에서 매크로를 지원하여 업무 자동화가 가능하며, 생성형 AI(: ChatGPT, Copilot)를 통해 간편하게 원하는 정보를 탐색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심지어 함수 설계나 코딩과 친분이 없는 사람도 AI에게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전달하기만 하면, 마치 컨설턴트처럼 방안을 제시해 준다. 달리 말하면, 접근성이 대폭 향상되면서 비전공자가 다룰 수 있는 기술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따라서 근래에는 종업원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ICT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현대적 관점이 형성되었다.

 

 

3. 디지털 리터러시 확장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는 기초적인 부분(: 컴퓨터 작동, 워드 프로세서, 이메일, 간단한 웹 서핑 등)과 관련 자격증을 통해 지원자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예측하고자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서 디지털 리터러시의 범위가 크게 확장되었다. 예를 들어 비디오 제작, 그래픽 디자인, 웹 개발 등의 작업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관련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능력도 디지털 리터러시의 일부가 되었다. 또한 생성형 AI로 정보탐색 및 분석이 용이해짐과 동시에 획득한 정보에 대한 사실검증이 동반되므로 정보이해 및 분석 능력도 포함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실시간 자료 공유가 가능한 클라우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팀 메신저, 비대면 업무에 필요한 원격 미팅 플랫폼, 데이터 분석용 프로그래밍 언어 등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의 종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활용 가능하고 접근이 용이한 도구가 늘어나고, 업무 효율성에 대한 현대적 관점이 더해지면서 최근에는 ChatGPT를 활용할 수 있는지, Python을 사용하여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지를 면접에서 묻는다. 업무를 얼마나 자동화할 수 있는지가 성과로 곧장 이어지기 때문에 유관 경험이 없거나 비전공자이더라도 관련 능력을 갖추도록 채용 트렌드가 변화한 것이다. 실제로, KOSPI에 등록된 331개 기업의 비전 내용 중 DT 관련 용어가 포함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DT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재무 성과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양오석, 윤상로, 2022). 또 다른 연구는 결과를 통해 국내 직장인들이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가지는 인식에 기능적인 요소(예컨대 기술이 자신의 성과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믿는 지각된 유용성)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기술했다(김시내, 박지영, 2024). , 디지털 리터러시를 중시하는 현재의 채용 트렌드는 이 역량을 통해 효율성 증대를 경험한 기존 생산자들에 의해 생겨난 추세라고 해석할 수 있다.

 

 

4. 디지털 리터러시 측정 검사

 

디지털 리터러시가 확장되기 이전에는 크게 두 가지 변인(물리적 조건, 심리사회적 변인)을 조작하여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했다. 그래서 당시 국내 산업 및 조직 심리학 분야에서는 ‘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리더십이 키워드인 연구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ICT의 영향력이 확대된 요즘에는 업무 효율성을 위해 입사자, 재직자를 가리지 않고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춰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모두가 ICT의 영향을 받고, 모두가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현재의 환경 때문에 종업원의 역량이 획일화되고 선발이 단순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단편적인 해석으로 생각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제 최소 세 가지(실제로는 그 이상)의 변인을 고려해야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선발의 복잡성이 커졌다. 기존처럼 인성검사와 일반적인 적성검사 결과를 활용하여 선발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최종 관문을 통과한 입사자가 디지털 리터러시와 거리가 먼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입사자가 해당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하며, 이를 위한 교육의 소요 시간과 비용이 입사자의 디지털 역량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최근에 재직자 대상 관련 교육(: 임직원 대상 생성형 AI 교육)의 필요성이 부상하면서 해당 프로그램 도입에 의한 비용도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인지능력이나 직무능력을 측정하여 업무성과를 예측하고자 하는 기존의 적성검사(: NCS직업기초능력평가, OCAT-A) 외에 채용 전후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검사에 대한 수요가 발생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개발한 것이 디지털역량검사(Digital Competency Test)이다. 디지털역량검사의 목적은 컴퓨팅 사고*를 통한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지원자의 잠재된 디지털 역량을 코딩 없이 평가하므로 IT 비전공자에게도 실시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검사 대상은 IT 개발자 채용, 개발자 양성 교육대상 선발(SW 전공자 또는 비전공자), 일반직 채용으로 나눌 수 있다.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경우, 응시자가 향후 조직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를 활용하여 직무 기술을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실제로 국내 모 대기업은 2023년부터 엔지니어, 영업/마케팅과 같은 비SW 직군의 신입 인재 채용에 활용하고 있으며, 프로그래밍 교육을 제공하는 에듀테크 기업에서도 재직자 교육대상 선발을 위해 본 검사를 활용하고 있다.

 

* 컴퓨팅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문제와 해결책을 표현하는 사고 과정

 

 

5. 능력검사 다양화 및 업데이트

 

기술의 발전은 지속적이면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어 언젠가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할 것이라는 내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내용이다. 자동화된 신기술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개발될 것이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개발된 기술은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추이는 심리검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다.

현재 기업들은 다양한 검사로 지원자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 일부를 마치 돋보기 보듯이 들여다보고 있다. 개인을 완벽히 측정해 내는 도구가 존재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측정 요인 수가 증가할수록 측정의 오차(Measurement Error)도 같이 증가하기 때문에 한없이 많은 요인을 측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새로운 능력과 기술을 요구해 올 때마다 우리는 적절한 크기의 돋보기를 제작하여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검사 개발뿐 아니라 업데이트도 다양화에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역량검사는 초기 난이도가 다소 높게 설정되어 백분율 평균 점수가 대졸 지원자 기준 49.9(N=529)로 산출된 바 있다. 최근 흐름에 따라 지원자들의 디지털 역량 수준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보다 다양한 응시자 집단에 사용할 수 있도록 난이도가 하향된 버전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 또한 기존에 구성한 하위 영역(모델링, 자료활용 및 구조화, 정보탐색 및 정보분석, 알고리즘) 외 디지털 역량을 예측할 수 있는 신규 영역 개발도 진행하는 등 퀄리티 향상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참고문헌

양오석, 윤상로 (2022). 기업 비전이 추구하는 개념과 기업의 재무적 성과 간 관계 'Digital Transformation(DT)'를 중심으로. 국제경영연구, 33(1), 1-26.

김시내, 박지영 (2024). 인공지능 기술 적용에 대한 한국 직장인의 태도: 척도 개발 및 타당화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산업 및 조직, 37(2), 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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